손군's 블로그
무한대 갯수의 방이 있는 호텔이 있다. 이 호텔에는 무한명의 투숙객이 각 방마다 한 명씩 머물고 있다. Q-1 : 만약 이 호텔에 한 명의 손님이 더 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A-1 : 기존 투숙객들을 자기 방 번호 +1번 방으로 이동하게 하고, 남은 1번 방에 새 손님을 안내하면 된다. Q-2 : 만약 이 호텔에 무한명의 손님이 더 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A-2 : 기존 투숙객들을 자기 방 번호 x2번 방으로 이동하게 하고, 홀수번 방으로 새 손님들을 안내하면 된다. (기존 투숙객들은 모두 짝수방으로 이동했을 것이므로) 팟캐스트 [지대넓얕]의 수학 편에서 들었던, 무한대의 개념 이해를 돕는 간단한 퀴즈다. 독일 수학자 힐베르트가 무한대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힐베르트의 무한 ..
요즘은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에 빠져있다. 며칠전부터 골치아픈 생각은 좀 덜고 자연스레 잠들고 싶어서 잠 자리에 이 영화를 끌어들였는데, 잠은 커녕 결국 몇번을 엔딩크레딧까지 보고 말았다. 물론 는 자장가 삼을만큼의 편안한 내용의 영화는 아니다.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를 굉장히 차분한 리듬으로 풀어가는데, 그 리듬이 잠들기에 도움될거라 기대한 것뿐이다. 배우와 각본가로도 알려져있는(지구종말 영화 에서 존 쿠삭 전처의 새 남편 역으로 가장 유명할 듯) 토마스 맥카시는, 감독 데뷔작이었던 2003년작 부터 불편한 이야기를 편안한 리듬으로 풀어가는데 일가견을 보였다. 가 특히 좋은 것은 프로페셔널한 인물들의 매력 때문이다.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등 스타급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들도 좋지만..
SF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셋팅'에 있다.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시대나 세상, 배경을 설명하는 초반부가 그럴듯하고 재미있으면 절반은 성공한다. 아직 먼 상상일지라도, 과학적인 언어로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설명될수록 좋다. 나머지 절반은 당연히 '스토리' 몫이다. 과학 다큐멘터리가 아니고서야 셋팅만 설명하다가 끝날 수는 없으므로, 이후 벌어지는 사건과 전개가 어느정도는 받쳐줘야한다. 성공적인 SF는 흥미로운 셋팅과 좋은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있을 때 가능하다. 사건은 가급적 제시된 셋팅으로부터 자연발생하는 것이면 좋고, 그 세계 안에서 완결성을 가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앤디 위어의 은 성공적인 SF다. 화성 탐사와 낙오, 생존, 귀환으로 이어지는 셋팅과 스토리가 매우 그럴듯..
우연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관심을 갖고 공부(까지랄 것도 없지만)한지도 몇 년이 지났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보다가 포기하고, 다시 생각나면 보다가 포기하고... 그런데 몇 번을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나는 상대성이론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리학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말이 맞나보다. 비유에 현혹되지 말자 애초에 이해하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 상대성이론은 빛의 속도를 다루기 때문에, 죽었다 깨어나도 인간의 직관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이해하기 불가한 내용을 이해하려고 덤비면 돌아오는 결과는 참담함 뿐이다.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글을 읽고,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대부분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가장 많은 ..
의문의 똥은, 이사온 지 한달이 지났을 무렵 건물 출입문 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남의 똥 보는 건 오랜만이네'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매일 밤 한 두덩이씩 점유 반경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행여 밟을까 보폭에 신경 써야할 정도가 되었을때 다소 위기감이 들었지만, 아직 이 집과 동네의 청소 문화가 낯선터라 딱히 어쩌지는 않고 두고 보기로 했다. 1층에는 점잖으신 중년 가족이 살고, 2층에는 갓난 아이가 있는 젊은 가족이 살고 있는데, 설마 탑층(그래봐야 3층)에 홀로사는 노총각에게까지 똥 청소의 기회가 오겠는가. 2주 정도가 지나자 '밭'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가 되었다. 풋내기 입주자의 예상과 달리 1,2층 사람들의 인내심은 매우 뛰어났다. 대체 그 앞으로 유모차..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 최고작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다. 중에 하나를 꼽아야 한다니. 글쎄, 그런 잔인한 질문은 애초에 받지 않는게 나을 것 같다. 고레에다의 팬이라면 동감하는 사람이 많을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뭐냐고 묻는다면?그건 별로 어렵지가 않다. 를 고르겠다. 왜냐고 따져 묻는다면?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여러번 본 영화이기 때문인데... 그건 어떠어떤 이유에서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번 보게 된 것이 아니라, 돌이켜보니 가장 여러번 봤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겠냐고 답할 것이다. 최고작 후보 리스트에 끼지 못함에도 는 생각날때마다 꺼내보는 영화다. 네 자매를 연기한 배우들이야 말할 것도 없이 예쁘고, 봄을 맞은 가마쿠라(영화 촬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