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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두고두고 꺼내보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저 예쁘고 편안하다

손군 songoon 2018. 10. 1. 00:50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 최고작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다. <원더풀 라이프><아무도 모른다><걸어도 걸어도><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기적><만비키 가족> 중에 하나를 꼽아야 한다니. 글쎄, 그런 잔인한 질문은 애초에 받지 않는게 나을 것 같다. 고레에다의 팬이라면 동감하는 사람이 많을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건 별로 어렵지가 않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고르겠다. 왜냐고 따져 묻는다면?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여러번 본 영화이기 때문인데... 그건 어떠어떤 이유에서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번 보게 된 것이 아니라, 돌이켜보니 가장 여러번 봤기 때문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겠냐고 답할 것이다. 


최고작 후보 리스트에 끼지 못함에도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생각날때마다 꺼내보는 영화다. 네 자매를 연기한 배우들이야 말할 것도 없이 예쁘고, 봄을 맞은 가마쿠라(영화 촬영지)의 풍광도 예쁜데, 스토리까지도 예쁜 편이다.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축구 클럽에서 발휘되는 막내 스즈(히로세 스즈)의 놀라운(!) 축구 실력과, 경기를 응원하는 셋째 치카(카호)와 스포츠 용품점 사장의 진지한 대화 장면이 참 좋다. 빚 독촉을 해야하는 입장이지만 처음 나가는 외근 업무에 신이난 둘째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의 해맑은 옷 자랑도 좋고, 예정없이 아버지의 장례식에 나타나서 "그건 어른들의 일"이라고 말하는 첫째 사치(아야세 하루카)의 근엄함도 좋다.


가장 훌륭한 것을 가장 좋아하란 법은 없다. 마음이 가는 부분을 좋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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