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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두고두고 꺼내보는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더포스트

손군 songoon 2019. 2. 12. 17:56


요즘은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에 빠져있다. 며칠전부터 골치아픈 생각은 좀 덜고 자연스레 잠들고 싶어서 잠 자리에 이 영화를 끌어들였는데, 잠은 커녕 결국 몇번을 엔딩크레딧까지 보고 말았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자장가 삼을만큼의 편안한 내용의 영화는 아니다.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를 굉장히 차분한 리듬으로 풀어가는데, 그 리듬이 잠들기에 도움될거라 기대한 것뿐이다.


배우와 각본가로도 알려져있는(지구종말 영화 <2012>에서 존 쿠삭 전처의 새 남편 역으로 가장 유명할 듯) 토마스 맥카시는, 감독 데뷔작이었던 2003년작 <스테이션 에이전트>부터 불편한 이야기를 편안한 리듬으로 풀어가는데 일가견을 보였다. 


<스포트라이트>가 특히 좋은 것은 프로페셔널한 인물들의 매력 때문이다.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등 스타급 배우들이 연기한 캐릭터들도 좋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브 슈라이버가 연기한 배런 국장 캐릭터다. 연륜있는 베테랑, 열혈 기자, 공감능력이 좋은 기자, 실무 능력이 좋은 기자 등 다소간 전형적인 캐릭터로 구성된 탐사보도 팀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배런 국장은 그 자체로 언론에 대한 이 영화의 태도를 대변하고 인장을 새긴다. 


덕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 역시 번갈아 침대에 초대되고 있다. 그런데, 글쎄. 묘하게 같은 주제를 가지고 묘하게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두 영화에서, 토마스 맥카시가 좀 더 근사한 태도와 시선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일장연설을 늘어놓지도 않고 사명감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그저 더듬더듬 수줍게 무엇을 해야하는지 말할 뿐인 <스포트라이트>의 배런 국장이 <더 포스트의> 벤 국장(톰 행크스)과 캐서린 사장(메릴 스트립)보다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뭐, 굳이 승자를 정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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